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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P(Paris-Brest-Paris) 4일차(Villaines-la-Juhel ~ Mortagne), 나를 따르라Randonneurs/2015PBP(Paris-Brest-Paris) 2017. 6. 28. 22:52
첫 cp였던 빌렌느라쥬엘까지 왔던 길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졸렸고 추웠다. 그리고 새벽이었다.
하지만 올 때 업힐이 꽤 많았다는 것은 기억이 난다. 그게 겁이 났던 것일까.
난 출발하자마자 슈퍼에서 식사를 했다. 그 때 만난 태국 친구가 나에게 무언가를 주었는데
난 처음에 파워젤이라 생각을 했다. 근데 시간이 지나고 이게 파워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냐면... 태국 가서 파워젤이라고 받은게 나중에 보니 진통소염크림(맨소래담)이었다.
혹시 내가 받은게...
난 받긴받았지만 워낙 파워젤을 많이 먹었기에 그걸 먹지는 않았다.
하여간 그 슈퍼는 약간 이상했다. 가게 밖에서도 팔고 안에서도 파는데...
먼가 내가 산 건 속은거 같은 느낌... 더 비싼거 같은 느낌..
이상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편의점도 아닌데 따뜻한 물을 받아서 동양식으로 식사를 했다.
컨트롤이 한참 위에 있는 지역이라 우리는 다운힐을 길게 했다. 근데 업힐이 또 있다. 업다운이 계속되는 가운데.
선두(사실 선두는 아니지만.. 그냥 앞에 있는 사람)를 정신없이 따라갔다. 그런데 갑자기 가민이 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근데 나만 그런게 아니다. 다른사람들도 다 그런다. 아.... 길을 잘못 들었구나.
저기 선두가 자전거를 돌리는 게 보였다. ㅋㅋ 근데 웃을 수가 업었다. 지금 잘 못 온 길이 업힐이다....
사람들이 욕을 하기 시작한다. 선두를 향한 욕은 아니다. 자기를 탓하는 욕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나에게 욕을 했다. 코스를 제대로 보고 달렸어야지...
그나마 난 그 그룹의 꼴지였기에 난 선두가 될 수 있었다.
잠시나마 난 그 사람들을 델구 나를 따르라... 놀이를 할 수 있었다.
아주 잠깐...
사실 이 구간은 기억이 많지 않다. 분명 거의 마지막 구간이고. 이 글을 적을 당시에도 가장 최근의 일인데...
아마도 너무 힘이 들어서이지 않았을까? 싶다.
주변에 사람들은 많았지만 내가 속한 J 그룹은 아니였다. S이거나 심지어 X, Y, Z그룹까지 보였다.
그리고 꽤 나이가 드신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1000키로가 넘은 지금. 드디어 근처 그룹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도 이제 완주를 할 수 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기엔 너무나 녹녹치 않은 길이었다.
이 길은 내가 봉크가 확실하게 오고나서 한시간을 쉬고 온 길. 쉽지 않은 길이었다.
왠만한 업힐에서 내가 사람들을 추월했지 추월당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정이 다 되어오고 업힐이 나오는 지금은
나를 추월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런데... 이런... 갑자기 하늘에서 먼가가 뚝 떨어진다.
이게 꿈이었으면...
비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망했다.
추위 준비도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비까지 오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분명 다음 cp에서 살 수 있었을텐데...
근데 또 보면 자정이 다 된 시간에 물건을 팔 리가 없을 거다.
빗방울을 살살 맞으며 나는 다음 컨트롤에 도착했고
비가 거의 그쳐가는 듯 했다.
바로 출발을 했으면 좋겠지만.. 난 피곤했다. 졸렸다.
식당에서 먼가를 먹고 잠 잘 곳을 찾았다..
근데 없다.. 다들 자기 바쁘다.
자리가 없어서 막 찾다보니 자갈이 잘 깔려있는 쇼윈도가 있었다.
그래 저기서 자자. 나중에 일어나보니 내 옆에 누군가 또 자고 있었다.
아마 이 사람도 잘 자리를 찾다 내 옆으로 왔을거야.
근데 난 1시간 알람을 맞췄는데. 30분을 더 잤다.
결국 난 2시가 넘은 시점에 마지막 컨트롤을 향해 출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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