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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광주-부산-광주(광부광) 600k 후기 2/2 본문

Randonneurs/KoRa(~2015)

2015 광주-부산-광주(광부광) 600k 후기 2/2

@thiskorea 2015. 9. 24. 11:30

3시간 정도 잠을 자니 몸이 깨운했다.... 라고 쓸 뻔했다.

그런데.. 전혀 개운치 못했다.


배도 고프고. 해서 결국 바로 앞 편의점에 가서 라면 하나를 뚝딱했다. 

업힐 하나를 넘어야되서 든든하게 먹었다. 


이제 시간은 여유가 있었다. 점심도 먹고 저녁도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너무 여유를 부렸나?

나중에 살짝 시간이 없어서 저녁은 생략해버렸다.


업힐 하나를 간단하게 넘고 나서 칠량 컨트롤에 도착했다.

칠량에서도 하나 간단하게 먹고. 

진주까지 가는 길에 나오는 

자잘자잘한 업힐에 대비했다.


그렇게 여러개를 넘고 마지막 고개를 넘는데

할아버지 한분을 만났다. 

동네에서 끌고 다니는 옛날 자전거를 끌고 고개를 올라오셨다.

그 할아버지께서는 여기가 혹시 어디인지 아느냐 나에게 물었고.

전 잘 모른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여기가 미군이 북한군이 쳐들어올 때 이 산 위에서 포격으로

기마병을 물리쳤다고 했다.


기.마.병?? 삼국시대 이야기인가?? 

북한 기마병이 선두에서서 쳐들어오는 것을 방어산위에서 포격으로 저지.

그래서 방어산이군요 .. 했더니

할아버지께서는 그 전부터 방어산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난 생각했다. 전쟁이 잦은 우리나라에서 아마도 

일본군들이 쳐들어오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서 산이름이 방어산인가?


방어산을 넘으니 바로 진주가 나올 줄 알았는데

몸이 피곤해서 그런가. 바로 나오지 않았다.

한참을 달리니 진주에 도착을 했다. 


진주에 도착하고 간식거리랑 음료수를 보충하고

조금 쉬니 어제 만났던 그 분들을 만났다.

같이 가자고 했지만.. 

로드를 따라가기는 버거워 

먼저 가시라 했다. 


그렇게 그분들과 헤어지고.

난 다시 혼자가 되었다.

진주에서 하동으로 넘어가는 길에는

코스모스 축제가 한창이었다.


아름다워서 사진을 찍으려 내리려고 했지만..

차들도 많고 사람들도 많고.

거기에 내가 싫어하는 벌도 많았다.


결국 간단하게 안장위에서 사진을 찍고

그냥 계속 가던 길을 갔다.


이제 조금 있으면 광주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가장 큰 업힐. 


엄청나게 큰 업힐처럼 느껴졌지만..

예상외로 낮았다. 그냥 과속방지턱 정도...

는 아니었지만 생각외로 빨리 올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주~~~욱 내리막. 


그렇게 하동에 도착해서 

농협에 들어가서 사과랑 아이스크림, 음료수를 샀다.

실수는.. 여기서.. 왜 먹을 빵이나 그런 걸 사지 않았을까...


그러고 나서 박스를 구해서 

나의 짐들을 박스에 넣어 편의점으로 가서 택배를 부쳐버렸다.

확인해보니 1.3키로정도.


핸들바 가방도 떼고 싶었지만.

차마 그건 떼면 안될 거 같았다.

랜도너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 


먼가 핸들바 가방이 있어야 

난 랜도너 같다.

가방에서 빵도 꺼내먹을 수 있고.

음료수도 꺼내먹고.

간이 식탁이다. 나에겐.


그렇게 하동에서 시간을 약간 보내고 구례로 출발하는데..

이런... 망할 역풍. 


혼자라 더 힘들었다.

이때 누군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역풍을 맞으며 달리는 길은 무엇보다 고역이다.

섬진강의 아름다운 길은 개뿔.. 

지옥의 길이었다.


거기다 생각해보니 난 점심을 먹지 않았다...

실수다....

결국 있는 모든 간식을 다 먹고. 나서

조금 달리니 화개장터가 나왔다.

화개장터. 작년 9월 추석 때 달렸던 길인데.

그땐 너무 아름다웠는데... 


작년에 들렸던 식당에 가서 

냉면과 밥 한공기를 시켰다.

탈수증상이 나기전에 얼렁 수분 공급을 하고.

탄수화물은 밥으로 추가 보충을 했다.


그렇게 30분정도 밥을 먹고 달리니

좀 힘이 났다. 하지만 그것도 20분..

조금 달리니 힘에 부쳤다. 

계속되는 역풍은 끝까지 계속되었다.


결국 지친 몸을 이끌고 구례에 도착했다.

거기엔 길에서 마주쳤던 많은 분들이 계셨다.

잠깐 쉬는동안 팥빙수를 먹었다.


먹는동안 어제 같이 라이딩했던 분도 만나고.

중학생 아이들도 만났다. 중2. 중3.

대단하다. 


잠도 길바닥에서 잤다고 한다...

역시 아이들이라 그런지 회복도 빠르구나.


한시간을 쉬려고 했는데

한시간 다 쉬면 광주까지 가는 길이 벅찰 거 같았다.

그래서 4시반에 바로 출발을 했다.


이제 남은시간은 5시간반. 남은 거리는 80키로.

이젠 정말 15키로로 가도된다.


하지만 아까의 역풍은 곡성 가는 길에도 계속 되었다.

그래서 힘이 빠질 무렵.


희망의 트레인이 지나갔다.

여기다.. 이 기차에 올라타야겠다.


그렇게 난 이 기차에 올라타고. 

잠시나마 곡성가는 길의 반정도를 함께했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악을 썼기에

중간부터는 힘을 다시 아끼며 달렸다.


곡성에 도착할 무렵..

속은 더부룩 하고. 안 좋았다.

잘못하면 길바닥에서 응가를 할 판..

결국 터미널에 잠시 스톱. 


터미널에 들어가니 

신기하게도 쏙 들어가버렸다. ㅜㅜ


결국 난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팔 다리를 씻는 정도로 만족해야만 했다.


깔끔한 모습으로 광주를 들어가기 위해..


하지만 아직 많이 남았다. 50키로.


업힐도 2개나 있다. 


2개의 업힐 중 하나를 넘으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 

이제 아는 길이다.


광주400때와 같은 길이다. 담양으로 빠지는 길만 빼고.

항상 옥과에서 헤메었는데


이번엔 길을 숙지하였기에

헤메지 않고 잘 찾아갈 수 있었다.


옥과에 들어와서 마지막으로 사진을 남기고.

이제 마지막 화이팅을 외치며 완주를 꿈꿨다.


어제만 해도 정말 포기하고 

부산에서 버스타고 집에 가고 싶었는데

이제 40키로도 남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40키로 짧지만 짧지 않은 거리다.

마지막에 엉덩이도 아프고 팔 다리도 아픈 상황에서는 말이다


광주로 넘어가는 마지막 업힐을 다 넘고서야 정말 안심을 했다.

다 왔구나.


이제 30키로. 천천히 가고 싶었지만.

이제 시간이 욕심이 났다.

37시간이냐 38시간이냐.


35키로로 막 쏘면 37시간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한번 질러보았다.


그런데... 결국 10키로도 못 가서 난 지쳤고.

뒤 그룹에 따이는 상황에 오게되었다.


그룹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아 그냥 38시간에 만족해야지

생각했다.


하지만 광주로 들어와서는 신호에 걸리고 해서

결국 그 그룹과 같이 들어올 수 있었다.

그 그룹과 함께 하느라 즐거웠지만..

다리는 나의 다리가 이미 아니었다.


마지막에 잠깐 놓쳤지만. 또다시 반가운 신호등.

결국 신호에 걸려 저랑 같이 들어오셨다.


그렇게 38시간15분에 600키로를 완주했다.


길 위에서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번에 또 만나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