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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P(Paris-Brest-Paris) 3일차(Carhaix~Loudeac), 사람이 먼저다. 본문

Randonneurs/2015PBP(Paris-Brest-Paris)

PBP(Paris-Brest-Paris) 3일차(Carhaix~Loudeac), 사람이 먼저다.

@thiskorea 2015. 11. 10. 00:03

20시간 전 이 길을 지나왔을 것이다. 오르락 내리락. 비몽사몽.


내 옆엔 서서 타는 자전거를 탄 아저씨들이 계속 있었다.


올라갈 땐 편해보이고. 내려갈 땐 조금 느렸다.


그렇게 계속 같이 달렸는데. 


가다보니 잠결에 보았던 발전소 같은 걸 지나갔다.


업힐이 나오지만. 오늘은 조금 편했다. 아직 힘든 시간대가 아니다.


그리고 난 11시까지 자지 않았는가. ㅎㅎ


졸립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았다. 


사람들을 많이 추월하였다.


이렇게 가면 내일 1-2시경이면 컨트롤에 도착 가능하였다.


그러면 잠도 조금은 잘 수 있었다.


2시간 여를 달렸나. 736키로 지점에 비밀컨트롤이었던 곳은 


그냥 커피나 간식을 제공하는 곳으로 바뀌어있었다.


그곳에서 난 커피 한잔(a big bowl of coffee)을 시켜서 10분여간 마셨다.


당근, 디져트도 같이. ㅎㅎ 


그리고 다음 컨트롤을 향해 출발했다. 





어제 그 정신없이 진구형님이랑 달렸던 구간. 


오늘은 왠지 잘 달릴 수 있을 것 같았고. 실제 잘 달리고 있었다.


미국에서 온 친구도 만나 이야기도 하면서.


그리고 그 친구는 간식을 먹는다고 멈추고.


난 가방에 먹을 게 있고 다음 컨트롤에서 쉴 거라고 이야기 하고 헤어졌다.


근데 나중에 그 친구를 여러번 보게되는데...


정말 말이 많은 친구였다. ㅎㅎ 나중에 그 친구의 소리는 굉장히 귀에 거슬렸다. 


큰 목소리. 독일 억양을 가진 미국식 영어. 빠른 말. 좀 짜증이 났다.


아마 힘들어서 그랬을 수도.. ㅎㅎ


자정이 되었다. 이제 4일차. 내일이면 이 고생도 끝이다. 


근데 저 앞에 누군가 길을 헤메고 있다.


아마도 브레스트로 가던 길로 갈뻔한 거 같았다.


그쪽이 아니라고 하고 이쪽으로 오라고 했다.


그런데 이분. 라이트가 약하다고 하신다.


그래서 길을 못 찾는다고. ㅠㅠ 


나중에 기록을 찾다가 이름을 알게되고 페북에서 다시 만나게된다.


Lesly Sung 영국에서 이 숙녀 분. 어떻게 하지...


고민에 빠졌다... 사실 난 J고. 이분은 S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분은 나보다 한참 앞에 있는 셈이다.


그래도 어떻게 하겠나... 다음 컨트롤까지는 가야할 거 같았다.


그럼 다음 컨트롤까지 제가 모셔다 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제대로 영국 영어. 새벽에 달리면서 영어를 그것도 영국영어를 들을 줄이야.


이분. 지금 졸려하신다. 거기다가 라이트 약하지. 그러다 보니 체력이 떨어져있었다.


업힐만 나오면 처지신다. 평지도 그렇게 빠르게 달리지 못한다. 내리막도 마찬가지.


평지는 천천히 업힐은 기다리면 되는데... 이거 다운힐은 조금 힘들었다. 


사실 다운힐에서는 빠르게 달려줘야 어지간히 커버를 할 수 있는데.


라이트가 약하다 보니 정말 천천히 내려오신다.


게다가 난 그 옆을 비춰야하기 때문에 그 옆에 있을 수 밖에 없다.


다른 분들이 많이 추월한다. 아까 내가 추월했던 사람들...


그 미국 아이까지.




동영상을 찍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묻는다. Are you OK? 

내가 문제가 생겨서 선 줄 알았나보다. 

난 괜찮다고 했다. I'm OK. I am waiting my friend. 

기다리면서 밤하늘을 바라봤다. 

별이 정말 많았다. 

남의 집 문 앞에 기대서 별을 바라보는 건 정말 이색적이다.

레슬리 덕분에 좋은 경험을 했다.




슬슬 다음 컨트롤이 다와간다. 이제 조금만 참으면 된다.

레슬리 성, 이 숙녀분도 졸려하신다. 좀만 쉬었다 가기로 했다.

마침 마을이 나왔고. 쉴 공간도 있었다.


조금 쉬고 다시 출발을 하기로 한다.

이제 정말 거의 다왔다고. 한 5키로만 더 가면된다고.



오면서 런던 에든버러 런던 1400 이야기도 했다.

나중에 오면 꼭 연락하라고. (ㅎㅎ 사실 이땐 연락처도 몰랐다.)


근데 궁금했다. 어젯밤도 이렇게 어두웠을텐데...

어떻게 왔을까??

그건 다음 컨트롤에 도착하자 알게되었다.


이분 짝을 만났다. 루데악에서. 

그분은 바로 Andrew  Morris


왼쪽 Lesly Sung 오른쪽 Andrew Morris


정말 멋진 분이다.희끗한 머리와 수염이 예술이었다.

PBP도 이번이 두번째고.

이번에는 레슬리 성을 챙기기 위해 왔다고 했다.


둘 사이의 관계는 잘은 모르지만. 

정말 친해보였다. 그리고 같은 클럽(Audax UK)이고.

클럽에서 알게되었다고 했다. 같은 곳에 살고.


레슬리는 루데악에 도착해서. 내 걱정을 해줬다.

혹시 여기서 리타이어 되는거 아니냐고.

나도 잊고 있었던 컨트롤 클로즈 타임.


근데 앤드류는 컨트롤에 가서 물어보고 오더니 괜찮다고.

마지막에 정시에만 들어오면 된다고.

그렇게 우리 셋은 야참을 먹었다. 


레슬리와 앤드류는 그리고 조금 자다 간다고.


먹는 동안 난 성욱씨와 회진씨를 만났다.


회진씨는 자다 일어났고. 성욱씨는 아직도 자고 있었다.


난 밥을 다 먹고 바로 준비를 했다.


레인보우님(김회진)과 같이 가기로 했다. 


이제 나도 동행자가 생기는구나...^^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레슬리는 1000km를 통과하고 DNF 하고 말았다.


빌렌느-라-쥬엘에서 의사의 권고로.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난 이분이 조금더 빨리 포기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나중에 확인한 결과 푸제흐까지 거의 비슷하게 들어간다.


그리고 레슬리와 동행한 앤드류는 마지막에 힘을 내 89시간을 찍고 들어왔다.


대단한 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