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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P(Paris-Brest-Paris) 5일차(Mortagne-Dreux), 신은 나의 완주를 원했다 본문

Randonneurs/2015PBP(Paris-Brest-Paris)

PBP(Paris-Brest-Paris) 5일차(Mortagne-Dreux), 신은 나의 완주를 원했다

@thiskorea 2017. 6. 28. 23:08

2시가 넘은 시각. 우리나라 같으면 란도너들도 모두 숙소로 들어간다. 

하지만 여기는 아니다. 모두가 같은 시각에 출발한 것이 아니기에 

이 시각에도 엄청난 인파가 있다. 모두 한가지를 염원하고 있다.

완주!!

모두들 엉덩이가 아프고 손목이 아프고 어깨가 아프고

졸리고 다리가 풀린지는 오래.

완주 하나를 생각하고 묵묵히 페달을 돌리고 있다.

이 시각 비가 살짝 내리긴 했지만 파리로 가는 길은 뜨겁다.


컨트롤에서 나온 후 난 힘차게 업힐을 올라갔다. 하지만 얼마되지 않아 

그 힘은 다 빠져버렸다. 또 업힐에서 쳐지기 시작한다.

다시 졸음이 몰려온다. 미치겠다. 고지가 코 앞인데.

잠이 날 막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길가에서 잘 수는 없다.

지금은 새벽이고 비가 살짝 흩뿌렸다.

여기서 자다간 내일 시체로 발견될 게 뻔하다.

묵묵히 페달을 돌렸다. 와리가리.. 왔다갔다 

졸리긴 졸렸나보다.


가다보니 커피를 파는 가게를 보게되었다.

진구형님과 회진씨는 여기서 커피를 먹고 출발을 하고 있었다.

난 진구형님께 우의를 빌려달라고 했다. 

아무래도 길에서 잠깐 자야할 것 같다고.

진구 형님은 비가 오지 않았고 더 올 것 같지 않아

나에게 우의를 흔쾌히 빌려주었다. 

그리고 난 이 두분을 쫓아갔다. 

하지만... 업힐이 나오자 난 다시 쳐지기 시작했고 

잠까지 오는 불상사까지 겹쳐 난 두분을 다시 앞으로 보내드렸다.


그리고 어느 집 앞에 다달아서 난 우의를 꺼내고 남의 집 문앞에 상체를 기대고 잠을 잤다.

알람을 했던 거 같은데. 난 깜짝 놀라 깼다. 약 한시간정도 잔 것 같다. 

아직 꿈 속 같다. 머리가 멍하다. 잠이 깨질 않는다.

완전 큰 일이다. 여기서 더 자면... 내일.. 아니 오늘 시간 내 완주는 못하겠지.

일단 가자. 

출발했다. 졸려도 졸려도 참았다.. 억지로 뺨을 때리고 노래도 크게 불러보고

겨우겨우 앞으로 나가는데. 하늘에서 먼가 떨어진다. 

난 바로 우의를 입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비가 많이 쏟아졌다. 

거의 샤워 수준이다. 갑자기 진구 형님 생각이 났다.

이 형님 우의인데... 빨리 갖다줘야지. 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비를 맞으며 난 오던 잠까지 다 돌려보낼 수 있었다.


며칠 샤워도 못하고 세수도 못했는데. 이 비가 날 깨끗이 씻어주는구나.

하늘도 나를 보고 더러워서 도저히 못봐주겠네. 싶었나보다.


그렇게 빗 속을 뚫고 난 드휴에 7시가 다되어 도착했다. 60키로를 오는데 총 5시간을 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