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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400k 후기 본문

Randonneurs/KoRa(2017)

천안 400k 후기

@thiskorea 2017. 4. 5. 12:09

프롤로그


드디어 400km 이상 가는 날이다.


비가 올지모른다니 준비를 철저히 하자.



준비라고 할 건 딱히 없지만 저 안장가방에는 판초우의가 들어있다.


그리고 따신 소프트쉘. 


방수장갑이라고 샀는데 너무 더러워서 빨아버리는 바람에 방수의 기능을 잃어버린 장갑.


질렛과 방수와 발수가 잘되는 비싼 자켓. 까지.




400km 브레베는 나에게 있어서 굉장히 특별하다.


왜냐하면, 내 첫 브레베가 바로 2014년 광주 400k 브레베이고 


그날 참가자 수가 워낙 적어서 


같이 간 팀원들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출발할 때, 도착해서 사우나에서 제이슨을 본 게 다였으니.


그리고 제이슨이 빨리 들어오는 것을 보고 


란도너들은 투어링을 타는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지금의 제이미스 오로라를 샀으니... (아이쿠ㅜㅜ)


그렇게 광주 브레베를 하고 이 란도너의 길에 들어왔으니 


400k 브레베는 나에게 중요하다.



천안 - 청양


처음 출발지에 제 시간에 여유롭게 와서 시작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처음의 초심을 잃어버린 나는 요사이 항상 지각을 한다.


오늘은 특별히 아침에 샤워도 하고. 여유롭게 준비를 하다 


아침을 걸러버렸다. 그래서 조금더 일찍 출발해서 천안 다와서 아침을 먹었다.


속은 든든하였지만, 출발지에 와보니 사람들이 막 출발하려고 한다.


그렇게 어흥이님과 나는 출발을 조금 늦었다.



3월 한달 내내 장거리를 타서 그런지 오늘은 다리에 부하가 걸린다.


사람들을 쫓아가는데 쉽지 않다. 무릎도 약간 아프고.


그렇게 나와 어흥이님은 뚝방길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을 놓아준다.


어서 가세요~~.


하지만 신호는 무시를 못한다. 신호가 계속 걸리나보다.


그렇게 우리는 사람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저수지까지 간다.


저수지에 들어서자 업힐을 수월하게 하는 팀들은 막 치고 나간다.


나는 천천히 간다. 무리하면 안된다. 오늘은 시간의 제약도 없다.



그렇게 첫번째 업힐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사람들은 정상에서 사진도 찍고 옷도 갈아입는다.


우리는 바로 출발한다. 그렇게 내리막을 신나게 내려가면 큰 도로가 나온다.


300 코스랑 겹치는 부분이 많아 눈을 감아도 코스가 보인다.


그렇게 청양에 도착을 하고 우리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브런치를 먹으러 간다.



롯데리아에서 메뉴를 시켜놓고 슈퍼에 가서 보급을 한다.


편의점은 너무 비싸서 근처 큰 대형슈퍼를 이용한다.


어흥이님이 양갱과 내가 좋아하는 하리보를 고른다.


나는 빵, 포카리, 두유 이렇게 보급하고 롯데리아에서 30분정도 식사를 하고 출발한다.



청양-군산


청양에서 군산까지는 지난번과 같은 코스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300때와 다르게 서천의 동쪽으로 진입을 한다.


새로운 풍경에 사진을 막 찍는다.;


폰으로 찍고 달리는 상황에서 찍다보니 사진이 엉망이다.



서천에 가서 점심을 먹을까 했는데


어흥이님이 내가 아침을 안 먹었을 것 같아서 


김밥을 사오셧다고 해서. 


그 김밥을 먹기위해 우리는 군산에 다와서 하구둑 근처 공원에서 김밥과 청양에서 보급한 빵과 두유를 먹었다.



점심을 간단히 먹는데 다른 팀들이 쌩쌩 지나간다. 역풍을 뚫고.



우리도 식사를 마치고 군산을 지나가는데 역풍이 강하다. 


역시 바닷가다. 군산cp까지 가는 길은 참 멀고도 험난하였다.


계속되는 역풍에 몸과 마음이 지쳤다.


그렇게 cp인 편의점에 도착하니 반가운 얼굴이 많이 보였다.


우리는 조금 쉬면서 몸을 추수렸다. 얼굴도 씻고 썬크림도 바르고.


너무 대충 발랐나? 나중에 보니 얼굴이 말이 아니게 익었다.



군산-격포


군산에서 격포가는 길은 어마무시하다.


바로 새만금 방조제길이다. 거리도 무려 30km나 된다.


바닷바람은 어쩔 것이냐....


하지만 하늘이 도왔을까? 바람은 순풍까지는 아니었지만 약간 등 뒤에서 불어오는 것 같았다.


우리는 사진을 찍고 천천히 달리며 풍경을 즐기기로 했다.



내륙에 사는 나로써는 바다를 보면 신기하긴 한데


한시간 이상 달리니 파란건 바다고 시커먼건 길이다. 


그냥 그렇다. 지겹다. 어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




그렇게 벗어나면 ... 변산반도의 낙타등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관광지고 도로 공사 중이서 차량 스트레스도 이만저만한게 아니다.


하지만 다행히 변산반도 들어서니 차량 스트레스는 크지 않았다. 


알고보니 작년까지 공사 중이었던 도로는 공사 완료하고 대부분의 차들은 큰 도로로 다니고 있다.





변산반도의 낙타등을 지나 얀을 만날 생각을 하니 설렜다.


하지만...


얀은 없었고. 바나나도 없고 물도 없었다.


이미 다 바닥이 난 상황...


기다릴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하였지만 그냥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는 점심을 너무나 대충 먹었고 나는 슬슬 배가 고파왔다.


여기서 다음 목적지까지도 힘든 여정이었기 때문에


격포에 가서 바로 저녁식사를 하였다. 메뉴는 갈.비.탕.



격포-줄포


격포에서 줄포가는 길은 짧지만 난이도가 상당하다.


자잘자잘한 업힐이지만 올라가는 고도는 바닷가 치고는 높았고 


바닷바람 역시 강력했다.


하지만 다행이도 바람은 우리를 도왔고 그렇게 편안히 줄포까지 갈 수 있었다.


가는 길에는 해도 떨어지고. 기온도 떨어지고 있어서 서둘러 옷을 하나 더 입었다. 


계속 반팔로 갈 수는 없는 상황.





줄포에 도착 하니 편의점에서 갓구운 빵을 주신다.


너무 맛있다. 그리고 난 보담의 의미로 깨찰빵을 두 개 산다.


당연히 나 하나 형 하나 였지만... 결국 부여가는 길에 내가 다 먹었다. 



줄포-부여



4년차 란도너이지만, 여지껏 천안에서 400 브레베를 해 본 적이 없다.


작년에도 제작년에도 광주 300 브레베에 가서 


이제부터는 솔직히 경험이 없는 코스다.


해는 이제 사라지려고 한다. 이제부터는 야간 라이딩이다.



작년에 고라니랑 사고난 이후 사실상 트라우마가 생겼다.


야간 라이딩 시 주변에서 바스락 소리만 나도 놀란다. 


하지만 오늘은 혼자가 아니고 함께다. 


겁은 나지만 두렵지는 않다. 


야간라이딩은 체력을 비축하면서 달려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달리면 당연히 체력이 떨어지는데 어떻게 비축하나...


멈추는 횟수를 줄이고 가급적 여유롭게 달려야한다.


힘을 써서 빨리 달리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절대적으로 힘을 아낀다.


그래야 졸음도 오지 않고 쉬는 횟수도 줄일 수 있다.


밤에 쉬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현상의 원인이 되기도한다.


나의 경우가 그렇다. 


잠깐 쉬는 사이 체온이 떨어지고 출발하면 몸이 사시나무 떨 듯 떤다.



그렇게 우리는 두 번정도의 보급과 휴식을 하고 부여에 도착을 한다.


엄청 긴 여정이었다. 


부여가 이렇게 먼 곳인지 생각도 못했다. 게다가 중간에 업힐까지.



부여-천안


이제 마지막이다. 조금전에 보급을 마쳤으니 부여에서는 바로 출발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쉬었다 가면 좋지만 시간이 애매하게 떨어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부여에 도착하니 반가운 두분 명철님과 세희님이 계셨다.


명돈님은 이미 한시간전에 여기를 떠났다고 하고 


나에게 묻는다. 가실건지 쉬실건지. 


전 대답을 했다. 갈 거라고. 남자는 못 먹어도 고!!


세희님이 가고싶지 않아 하신다. 명철님은 가고싶어하고.


고민을 하다 결국 가기로 결정을 했다.


하지만 세희님은 일이 생겨서 더 라이딩을 하지 못하고.


명철님은 조금 뒤에 합류하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떠나고 천천히 가면서 명철님을 기다렸다.


하지만... 우리와 명철님은 길이 어긋나 버리는 바람에 한참 뒤에나 만나게 되었다.


바로 자전거길과 도로의 갈림길.


우리는 자전거길로 갔고 명철님은 도로로 간 것이다.


아마 우리가 소리쳐서 이쪽이라고 한 게 명철님이 분명하였다.


우리는 밑에서 헤메는 사이 명철님은 사라지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명철님을 기다리며 천천히 라이딩을 했다.


그렇게 자전거길을 지나 도로가 나오고 큰 도로를 지나 마곡사로 빠지는 길이 나왔다.


거기서 드디어 명철님을 만났다. 


명철님은 춥다고.. 너무 춥다고.. 그래서 나의 판초우의를 빌려줬다.


그리고 같이 가기로 하였다.


나는 엉덩이가 너무 아프고 해서 업힐이 나오면 댄싱을 쳤다.


그게 무리가 되었나.. 일행도 떨어지고 나의 힘도 떨어졌다.


어흥님은 잘 붙었고. 명철님은 못 붙었다.


분명히 왔던 길인데 업힐이 장난아니다. 


전의 기억과 너무나 다르다. 아마도 나의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힘들게 업힐을 하고 마지막 터널까지 통과했다. 이제부터 다운힐.


하지만. 다운힐이 더 힘들었다. 너무 추웠다. 영하 5도에 이르는 추위는 견디기 힘들었다.


정말 산 속에 땅을 파고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손이 얼어서 감각이 사라질 무렵 다행히 편의점 하나를 만났다.


기적이었다. 편의점에 들어가서 나는 라면이랑 밥을 고르고 두유를 하나 들었다.


사실 두유를 먹을 생각보다 손을 녹일 생각이 더 급했다.


두유를 손에 꼭 쥐고 나는 라면이 익을 동안 기다렸다.


뜨거운 라면과 도시락을 먹으니 한결 살 것 같았다.


그렇게 추위를 녹이는 사이 명철님이 도착하였다.


오는 도중에 보조배터리가 다 써서 라이트까지 꺼져서 고생하셨다고. 


오는 동안 합류한 한 분과 명철님과 그렇게 4명은 남은 18킬로를 달렸다.


추웠기때문에 나는 다시 댄싱을 쳤다. 몸이 달아오르고 이제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춥지 않았다. 손도 다 녹았고. 이제 천안이다.


목표시간은 20시간 새벽 3시였지만.. 우리는 부여에서 오는 동안 2시간을 더 써버리고 말았다.


결국 6시 다 되어서 도착을 하고 어흥님은 서둘러 집으로 항하셨다.


정말 우여곡절이 많은 밤이었다. 처음엔 분명 아름다웠는데... 



에필로그


작년부터 같이 란도너 하면서 어흥님이 많이 도와주신다. 처음에 부탁을 받은 SBS 완주도 못 시켜드렸지만.


계속 같이 다니시면서 밥도 사주고 보급도 시켜주고. 


너무나 고맙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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